태백산맥 10권 - 제4부 전쟁과 분단 열 권이 지나갔다. 이제 어디 가서 대화소재로 대하소설 장편 열 권을 읽었다고 말을 꺼낼 수 있겠다. 소설이 진행되는 동안 아는 사람들이 하나 둘 스러져간다. 지난 역사를 알고 책을 읽고 있으니 처음부터 갑갑한 가슴이 마음을 먹먹하게 죄여 왔다. 예상했던 대로 그들은 점멸한다. 죽음을 앞두고 역사 투쟁으로 전환하며 유언 같은 한 마디를 한다. 그들이 하는 말에 정치와 이념은 없었다. 억압받으며 살던 농민, 하층민이 입산하여 잠깐 세상을 살아 후련해한다. 오히려 불평과 후회를 발견했으면 덜 안타까웠을 텐데. 담담히 죽음을 받아들이고 아쉬움 없어한다. 그만큼이었으면 서로 죽임 없이도 방법이 있었을 거다. 그러나 역사 속에는 수많은 죽음과 상처였고 휴전선으로 멈춘 전쟁은 지금 그대로다. 태백산맥은 이념으로 갈.. 글/책을읽다 2년 전
태백산맥 9권 - 제4부 전쟁과 분단 울타리 이야기로 시작한 9권은 지리산이 가진 크고 작은 아름다움을 표현하며 끝난다. 계속되는 전쟁과 전투. 우스갯소리가 대치 중인 두 무리를 오간다. 말이 통하고 비슷한 감정을 가진 동족상잔의 비극이 가진 역설이다. 마지막을 앞둔 9권이어서 그런지, 팽팽한 고무줄이 아닌 묘한 긴장감을 품고 있다. 뭔가 일어날 듯해서 긴장은 하고 있는데 일상이 되어 버린 긴장 속에서 현재를 살아내고 있는 기분이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들은 역사에 쓰일만한데 반복되는 단순 작업에 익숙해져 버린 작업자와 같다. 토담이든 싸리울이든 대발울이든 탱자나무울이 든 모두가 일치된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토담을 쌓되 그 높이는 고샅을 걸어가는 보통 키의 어른 눈높이 정도로, 그냥 걸어갈 때는 집 안이 안 들여다보이고 무슨 볼일.. 글/책을읽다 2년 전
태백산맥 8권 - 제4부 전쟁과 분단 해방구로 내려왔던 이들은 빨치산 투쟁으로 전환한다. 지난 거대한 역사 속에 이름 없는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전쟁 기록을 다룬 징비록처럼 태백산맥은 기록에 치중한다. 일제 강점기부터 6.25까지 계층 간 갈등과 학살은 계속 반복되었다. 갑갑함이 사라질 만하면 답답해졌다. 계속되는 숨 막힘에 감정 몰입하기가 어려웠다. 외면하고 싶었다. 전쟁은 모든 걸 둘로 나누고 하나가 없어질 때까지 계속된다. 민기홍은 쌀보다는 잡곡이 더 많은 밥을 아무 맛도 모르고 씹고 있었다. 그는 이미 어느 한쪽 편에 가담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있었다. 처자식을 굶겨죽이지 않기 위해서건 어쨌건 간에 자신은 전시상황의 신문사에서 펜대를 놀리기 시작하면서 일방적으로 한쪽 편만을 들게 되었다. 전쟁은 정치의 적극적 수단이면서, 정치의 .. 글/책을읽다 2년 전
태백산맥 7권 - 제3부 분단과 전쟁 6.25 전쟁이 터졌다. 서울이 밀리고 부산은 피란 수도가 된다. 미군이 참전한다.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를 역전시킨다. 압록강까지 밀어 올린다. 빨치산 투쟁을 하던 이들은 마을로 돌아온다. 해방구에서 치안을 담당하고 정책을 실행한다. 전쟁 발발로 치안 공백이 생긴 며칠 동안 도피와 보복 행위가 속도를 달리해 이뤄졌다. 이념에 무관하던 사람들은 인민군과 국방군의 이름으로 전쟁에 나간다. 이념과 자기 의사와는 무관하다. 어느 쪽이 우세한가로 판가름한다. "아이고메 징허고 징헌 놈에 시상 일정 때넌 일정 때라고 끌어가고, 인공 때넌 인공 때라고 끌어가고,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이라고 끌어가고, 나라라고 생긴 것은 해주는 것 암것도 없음시로 못 묵고 못 입고 보존해 온 생목심덜 끌어다가 쥑이는 일만 헌당께로 냄편이.. 글/책을읽다 2년 전
태백산맥 6권 - 제3부 분단과 전쟁 6·25로 끝난다. 전쟁은 미군을 끌어들였고 청년은 전장으로 끌려나간다. 피난 가기에 바쁜 사람들이다. 그 와중에 보도연맹원을 소집하고 감금했다. 남으로 동으로 떠나기 전에 일렬로 세워놓고 총살했다. 권병제 서장은 명령을 수행한다. 자애병원 원장 전명환을 따로 구분해서 유치장에 넣어 두는 것과 함께 말이다. 전쟁이 불러 올 수많은 죽음을 목격해야 한다. 마음을 진정시킬 시간이다. 권병제 서장은 읽기를 계속하면서 점점 알 수 없는 인물이 되었다. 백남식은 계속 권 서장을 노려보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임만수가 함께 있어서 다 행이었다고 생각했다. 유순하고 자기 주장이 없는 줄 알았던 권 서장이 그렇게 맞대거리를 하고 나서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내 성질 못 이겨 한 판 갈겨버리기라도 했으면 어.. 글/책을읽다 2년 전
태백산맥 5권 - 제2부 민중의 불꽃 들몰 사는 염치대는 서운상의 집을 찾아간다. 보성 경찰서에서 왔다고 소개하며 머슴살이하는 피보길을 데려간다. 염상진은 강동기와 대면시키고 거짓 진술을 한 피보길 눈앞에 권총을 들이댔다. 진술을 바로 하게 하고 입단속 후 돌려보낸다. 염 씨 성은 염상진에게서 이름 치대는 대치에서 들몰은 마누라 고향에서 가져왔다. 새롭게 등장하는 백남식과 이학송. 치열했던 기자가 가진 생각을 들여다본다. 직업으로써 돈을 벌기 위한 것보다 사회 문제를 인식하고 알리려 했던 의식을 가진 기자다. 백남식은 생각보다 영리하다. 탐욕을 가졌고 똑똑하다. 머리 회전이 빠르고 눈치가 좋은 자가 욕심을 가졌으니 큰 역할을 하겠다. 5권 18.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습격. '역사에 만약'이란 없다. 우리는 과거를 청산하지 못했다. '과거.. 글/책을읽다 2년 전
태백산맥 4권 - 제2부 민중의 불꽃 제2부 제목을 보며 3권 마지막에 피어오른 봉화를 떠올린다. 민중의 불꽃. 세 산봉우리에서 거의 동시에 봉화에 불을 피워 올렸다. 봉화로 연락을 취하기에는 가까운 곳이다. 그래서 전쟁 선포와 같은 의미로 해석한 심재모는 밤을 새운다. 마을을 포위하듯 피워 오른 불은 존재감을 드러낸다. 곁에,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말한다. 4권에서도 다수는 먹고살기 힘들다. 그나마 쑥떡으로 설을 보내고, 아이들은 술찌꺼미에 취해 비틀거린다. 염상진은 지주에게 쌀을 가져 나와 횡계다리에 내놓았다. 쌀을 고루 나눠 설을 쇠도록 한다. 심재모는 쓴웃음을 지으며 모자를 집어 들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느리게 일어서고 있는 김범우는, 어차피 정치의식을 기반으로 한 전술전략이란 복합적이고 다목적적이게 마련이지만 이번 일에는 가난한 .. 글/책을읽다 2년 전
태백산맥 3권 - 제1부 한의 모닥불 제1부 한의 모닥불 마지막 권이다. 두껍고 활자는 많다. 여전히 아직 재밌다. 지역 계엄사령관으로 등장한 심재모에 관심이 간다. 배우려는 태도가 새롭다. 중간자 역할을 하기 위해 애쓴다. 다른 인물들이 보는 모습은 그렇지 않다. 치우쳐 보인다. 앞으로 조심스러워야 될 것 같다. 심재모는 합리적으로 보인다. 상업을 영위하던 집안에서 자란 새로운 유형이다. 농민과 지주, 지식인과 다르다. 그 앞에 가시길이 놓일 것 같다. 그때는 좌와 우뿐이다. 강해진 것을 따르지 않으면 반대편이 된다. 서민영에게 가르침을 청한다. 치우치지 않은 행동을 하려 한다. 그런 한 마디. "난 군인의 몸이오." 서민영은 고흥 사람으로 기독교 재단인 순천 매산학교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동경제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광주사범 영어 선생으로.. 글/책을읽다 2년 전
태백산맥 2권 - 제1부 한의 모닥불 최익승이 남인태를 상대로 계략을 꾸민다. 청년단장에 염상구를 앉히는 데 남인태를 앞 세운다. 남인태는 원치 않지만 흘러가는 말들이 자연스러워 거스르지 못한다. 자신이 추천한 모양이 되어 되돌릴 수 없다. 김범우를 빨갱이로 몰아넣으려 한다. 남인태는 상대가 김범우여서 난처하다. 그 뒤에 있는 김씨 문중이 두렵다. 국회의원 최익승이 원하는 바가 김범우를 사상으로 몰아붙이는 것임을 깨닫고 용기백배한다. 최익승은 아들을 풀어내기 위해 김사용이 자신 앞에 고개 숙이길 기대한다. 그러나 남인태 서장은 자충수임을 알 수 없었다. 최익승은 '빨갱이'란 말을 무수히 되풀이했다. 그 말은 지칭(指稱)으로 사용되기도 했고 호칭(呼稱)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건 말이 아니었다. 공격의 무기였다. 지칭이든 호칭이든 상관없이 그.. 글/책을읽다 2년 전
태백산맥 1권 - 제1부 한의 모닥불 십 이년이 지나 다시 읽을 기회가 생겼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순으로 읽었었다. 띠가 한 바퀴 지날 시간이었다. 지난 기억을 불러일으키고 과거에 느낀 감정과 지금을 비교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첫 장을 펼치고 잘못된 생각인 걸 알았다. 처음 보는 책을 접하듯 시작했다. 등단 50주년 개정판으로 나온 태백산맥은 더 두꺼워졌으나 읽기 편하게 잘 구성되어 있었다. 태백산맥은 일정 치하 독립운동부터 동족상잔 비극을 느낀 6·25 전쟁과 휴전까지를 다룬다. 농민을 중심으로 다루었으며 백정, 무당 같이 피지배계층으로부터도 천하게 취급받은 층들이 활약하는 이야기다. 그들은 빨치산에서 다수를 구성했다. 빨치산에 대해 제대로 표현한 작품이다. 실제 역사를 이루었지만 이름 없는 민중으로 불렸던 사람들이 실제 주인공으.. 글/책을읽다 2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