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이 터졌다. 서울이 밀리고 부산은 피란 수도가 된다. 미군이 참전한다.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를 역전시킨다. 압록강까지 밀어 올린다. 빨치산 투쟁을 하던 이들은 마을로 돌아온다. 해방구에서 치안을 담당하고 정책을 실행한다. 전쟁 발발로 치안 공백이 생긴 며칠 동안 도피와 보복 행위가 속도를 달리해 이뤄졌다. 이념에 무관하던 사람들은 인민군과 국방군의 이름으로 전쟁에 나간다. 이념과 자기 의사와는 무관하다. 어느 쪽이 우세한가로 판가름한다.
"아이고메 징허고 징헌 놈에 시상 일정 때넌 일정 때라고 끌어가고, 인공 때넌 인공 때라고 끌어가고,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이라고 끌어가고, 나라라고 생긴 것은 해주는 것 암것도 없음시로 못 묵고 못 입고 보존해 온 생목심덜 끌어다가 쥑이는 일만 헌당께로 냄편이고 아덜이고 열썩이라도 못 당혀졌다. 요런 징글징글헌 놈에 시상!"
태백산맥을 읽으며 느끼는 분위기다. 이념과 무관한 사람에게 총을 쥐어주고 앞 열에 세운다. 그 흔적은 꼬리표가 되어 따라다닌다. 그들에게는 죽고 죽이는 것보다 먹고사는 게 우선이다.
요즘 전쟁 긴장감이 높아진다. 한반도, 대한민국은 휴전 중이다. 전쟁을 중단 중이다. 언제든지 전쟁은 시작될 수 있다.
전쟁은 명분으로 시작되어 광적인 살인과 파괴를 거친 다음 잿더미로 끝난다. 이학송의 머리에 모아진 생각이었다.
어떤 정치인은 전쟁을 쉽게 입에 담는다. 정치적 언어, 국면 전환, 개인적 판단 등 여러 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좋은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동조할 수 없다. 역사를 통해 참혹한 참상을 알게 되면 명분은 사라지고 살육이 난무한다. 태백산맥에서 배경이 되었던 냉전은 이념을 둘러싸고 전쟁을 계속되게 했다. 냉전의 흔적이 남은 한반도를 제외하고 다른 나라를 둘러본다. 그곳에 공산당 이념을 당헌, 당규에 담은 정당이 활동하고 있다. 민주주의 기반 위에 토론과 시민 지지를 통해 정치에 녹이고 있다. 전쟁으로 인해 패배한 이념을 절멸했어야 하나,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모든 것을 경쟁에 맡기는 자유 자본주의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유 경쟁을 최대화하는 미국에서도 통제와 견제를 한다.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시장 경쟁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개입하는 것 또한 연장선상에서 해석할 수 있다.
나눌 수 있는 자가 욕심을 덜 갖고 나누려는 것이 해결방법이지.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에게 가지려고 하지 말라는 것은 해결방법이 아닙니다. 서로 나누는 것, 그것이 서로가 화평을 누리며 서로 미워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세상 아닙니까. 자연의 섭리가 바로 화평이고 균등입니다. 물이 낮은 곳과 빈 곳을 채워 언제나 수평을 이루는 이치가 그것입니다. 그 원리가 깨짐으로 해서 빼앗긴 사람들은 빼앗은 사람들에게 대들 수밖에 없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 나누려는 마음을 갖지 않으면 결국에는 모든 것을, 목숨까지도 잃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욕심은 끝이 없다. 발견할 수 있는 진리는 이것뿐이다. 나누는 가진 자는 예외다. 나누는 가진 자는 나누게 되면서 가진 자가 되지 못한다. 그러므로 나누는 가진 자는 없다. 정책을 통해서는 가능하다. 민주주의 정부는 다수결을 통해 선출된다. 다수가 가진 이해관계는 다양하다. 각자가 가진 욕심을 따른다.
전편에 등장한 이근술은 미묘한 매력을 지닌 인물이다. 놓이는 상황이 특이하다. 결과도 예사롭지 않다. 이근술은 공산당에게 살아 남고, 경찰에게는 사직서를 강요당했다. 이근술에게는 공산당이 선이고, 경찰은 악인가. 많은 사람들이 쉽게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데 이근술 같은 인물은 살아남는다. 예외적인 결과다.
조삼모사. 여러 해석이 따른다. 그중에는 '이익을 보는 상황이지만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화를 낸다'라고 보는 경우도 있다. 공산당이 세금 정책을 운영하면서 비슷한 상황이 일어난다. 이전보다 나아진 정책이지만 논두렁과 같이 예외적으로 허용되던 작물에 대한 제한이 뒤따르며 농민은 반발한다. 이 같은 상황에 미리 이해득실과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시키기 못한 잘못을 지적한다. 이런 지적도 농민이 조삼모사 같은 상황에서 큰 이익보다 상실한 작은 이익에 몰두하는 것에 대한 인식이 우선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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