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태백산맥 10권 - 제4부 전쟁과 분단

category 글/책을읽다 2023. 1. 26. 09:05

pixabay.com

 

열 권이 지나갔다. 이제 어디 가서 대화소재로 대하소설 장편 열 권을 읽었다고 말을 꺼낼 수 있겠다. 소설이 진행되는 동안 아는 사람들이 하나 둘 스러져간다. 지난 역사를 알고 책을 읽고 있으니 처음부터 갑갑한 가슴이 마음을 먹먹하게 죄여 왔다. 예상했던 대로 그들은 점멸한다. 죽음을 앞두고 역사 투쟁으로 전환하며 유언 같은 한 마디를 한다. 그들이 하는 말에 정치와 이념은 없었다. 억압받으며 살던 농민, 하층민이 입산하여 잠깐 세상을 살아 후련해한다. 오히려 불평과 후회를 발견했으면 덜 안타까웠을 텐데. 담담히 죽음을 받아들이고 아쉬움 없어한다. 그만큼이었으면 서로 죽임 없이도 방법이 있었을 거다. 그러나 역사 속에는 수많은 죽음과 상처였고 휴전선으로 멈춘 전쟁은 지금 그대로다.

 

태백산맥은 이념으로 갈린 두 집단이 갈등한다.

나는 『태백산맥』의 거대함을 사랑하기보다는, 그 구체성을 사랑한다. 구체성이라는 것은, 삶과 역사에 대한 직접성이다. 이데올로기는 삶에 대한 직접성을 확보함으로써만 역사 앞에서 순결할 수 있다. - 김훈 (소설가)  추천글

 

하지만, 소설 속에 이념이 있는가? 이념이라는 거대함은 소재다. 그 속에서 부딪히며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구체성이 목적이다. 공산당은 사람들에게 사상을 주입하고 선동하며 세뇌한다. 민중에게는 현재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었기에 이들을 따라나선다. 그러나, 민중들이 살아가는 삶이다. 산에서도 살고, 남편, 아들을 내주며 가족을 건사하며 산다. 빨치산으로 살다 사라진 이들에 대한 기록이다.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 하대치와 외서댁은 살아남았다. 작품 속에서. 인상 깊었던 두 사람이 남아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된다. 마지막 권이어서 많은 사람이 죽어간다. 알고 있던 결말이어도 속이 쓰리다. 천점바구와 김혜자는 살아서 이루어지지 못 한 마음을 죽어서나마 눈 맞추고 맞잡은 손으로 대신한다. 빨치산 동무는 그들을 나무 근처에 합장하고 표식을 남긴다. 다른 대원이 죽어도 묻어주지 못하고 지나가기 일쑤였다. 전장에서 발견하는 연애 감정이라 애틋하다.

 

염상진 죽음은 마지막을 치닫는다. 목만 내걸린 그를 어머니와 부인이 찾아와 돌려 받으려 한다. 이루지 못하고 몸싸움만 벌인다. 염상구는 이곳을 찾아 형의 목을 내리고 돌려받는다. 염상구 생각을 묘사해주던 작가는 없었다. 죽음 앞에서 형을 용서하는 동생을 발견한다. 그러나, 바로 앞에서도 재물을 좇아 머리를 굴리던 모습을 떠올리면 순수한 마음으로 바라보기 어렵다. 전쟁은 멈춰 휴전이 되어서 대치할 필요는 없어졌다. 사회적 지위와 체면이 생긴 염상구는 그것을 더하는 행위로 형을 구했다고 생각해보는 건 억지가 아니다. 다만, 먼저 생각한 마음이 맞길 바란다. 

 

조정래 작가는 태백산맥을 쓰며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았다. 많은 단체로부터 협박을 받아 미리 유서를 작성했다. '내가 어느날 갑자기 죽으면 나를 고발한 그들이 나를 죽인 것입니다'라고 글을 써놓고 계속 책을 쓴다. 작가 생각을 여러 인물들 속에서 찾아본다. 김범우에서 서민영선생으로, 심재모로 이어지고 염상진, 이해룡이 하는 말에도 공감하고 우익이 하는 말속에서 어쩔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태백산맥은 기록으로 가치를 인정하며 다양한 입장에 놓인 사람 이야기를 한데 모아 놓음으로 옳고 그름을 가르기보다 맥락을 알린다. 빨치산 생활을 글로 남긴 일에 찬사를 하는 문장이 책 표지에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태백산맥 10: 제4부 전쟁과 분단(개정판)
1948년 10월, 전남 여수에 주둔하고 있던 국군 14연대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킨다. 주동은 좌익사상을 지닌 하급 지휘관들이었다. 여수와 순천이 그들 손에 넘어가고, 염상진을 중심으로 한 민간 좌익세력이 벌교를 장악한다. 그들은 인민재판을 열어 악질 지주들을 비롯한 이른바 반동세력을 공개처형한다. 하지만 토벌군의 대대적인 진압작전에 밀린 반란군은 산악지역으로 퇴각하고, 벌교를 장악했던 염상진도 안창민, 하대치 등과 함께 입산, 빨치산 투쟁에 돌입한다. 그 즈음 대학생 정하섭은 남로당 상부의 명령에 따라 순천 지역에 파견되었으나, 상황이 불리해져 퇴각하면서 고향 벌교로 숨어든다. 그는 마을에서 외따로 떨어진 제각에 살고 있는 무당의 딸 소화를 몰래 찾아든다. 소화는 정하섭이 요구하는 비밀스런 심부름을 하게 되고, 둘 사이엔 애틋한 사랑이 싹트는데……. 친일 지주세력을 기반으로 한 이승만 정권은 지주들이 반대하는 농지개혁을 쉽사리 단행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많은 지주들은 친척 앞으로 명의변경을 하거나 남에게 팔아넘기는 수법으로 농지를 빼돌린다. 반면 양심적인 지주이면서 무교화주의자인 서민영은 자기 땅을 소작농민들과 공유하여 협동농장을 세우고, 야학을 운영한다. 벌교의 계엄사령관이었던 심재모는 서민영, 김범우 등의 도움으로 겨우 용공 혐의를 벗고 풀려나 태백산 지구 공비토벌에 투입된다. 심재모의 후임 백남식도 보성과 벌교 산골짜기마다 병력을 투입해 빨치산 토벌에 나선다. 위기에 빠진 빨치산부대는 적극적인 투쟁에서 조직을 보존하고 살아남는 투쟁으로 돌아선다. 농지개혁이 실시되었으나 농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이승만 세력은 그 무렵 치러진 총선에서 크게 패배한다. 곧이어 6.25 전쟁이 발발한다. 인민군에 밀린 국군은 남쪽으로 후퇴를 거듭한다. 인민군이 남부지방까지 내려오자 벌교 경찰은 좌익에서 전향한 사람들로 구성된 보도연맹 원들을 모두 소집하여 벌교에서 철수하기 직전에 그들을 무차별 학살한다. 경찰이 떠난 뒤에 벌교는 다시 염상진, 안창민, 하대치 등의 좌익세력에게 장악되고, 그들은 읍면마다 인민위원회와 여성동맹위원회, 청년동맹위원회를 결성하고, 이북식 농지개혁을 단행한다. 미군 부대를 탈출한 김범우는 눈 속을 헤매다가 인민군에게 체포되고, 인민군의 통역관을 맡게 된다. 중국의 개입으로 전쟁은 교착상태에 빠지고, 삼팔선 부근에서 대치 상태가 지속된다. 그런 상황에서 퇴로가 막힌 인민군과 빨치산 부대는 전남북과 경남, 지리산 일대에서 유격투쟁을 계속한다. 후방에서 빨치산 대원들이 입을 옷을 짓는 일을 하던 소화는 발각되어 감옥에 갇히고 그곳에서 아기를 낳는다. 휴전회담이 시작되면서 토벌대의 공격은 더욱 거세지고, 빨치산들은 근거지인 해방구를 자꾸 잃어간다. 겨울을 맞아 토벌대는 엄청난 화력과 병력을 동원해 전남북과 경남, 지리산에 동계대공세를 편다. 가혹한 추위 속에서 수많은 빨치산들은 얼어 죽고 굶어 죽고 총에 맞아 죽어가며 시나브로 소멸되어간다. 하지만 그들은 항전을 멈추지 않는데…….
저자
조정래
출판
해냄출판사
출판일
2020.10.15
 
조정래
직업
소설가
소속
-
사이트
공식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