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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9권, 박경리

category 글/책을읽다 2023. 7. 26. 20:51

suinaut

3부를 시작한다. 글이 달라졌다. 담담함은 그대로이지만 친절해졌다. 말이 많다. 그러나 배경에서 벗어난 사건에 대해서는 여전히 차갑다. 무관심으로 보일 정도이고 알려주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

 

사람과 더불어 사는 만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자식에게 부모는 선택할 수 없는 결과다.

작은방에선 귀신불 같은 푸른 불빛이 가만히 타고 있을 것이다. 큰방에선 시뻘건 불이 훨훨 타고 있을 것이다. 숨소리, 몸놀림, 그것은 모두 벌건 불꽃이다. 윤기 흐르는 중년 여자의 얼굴, 돈을 헤며 웃고 있을 여자의 얼굴도 불꽃처럼 타고 있을 것이다. 

 

홍이에게 임이네는 친어미다. 홍이가 엄마를 찾으면 월선을 지칭할 가능성이 높다. 

“두수가 그렇다는 것을 물건 생각하듯 해야지. 사실을 사실 대로 보면 의외로 고통을 덜 느끼게 된다. 형제니까 어렵겠지만 나하고 너하고는 다르다, 그렇게 갈라놓고 보아. 이번 여행은 너에게는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 같다. 집으로 돌아갈 때는 한결 마음이 편할 거야." 

 

한복이에게 가족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기댈 수 있는 기둥이 아니었다. 스스로 삶을 끝낸 어머니가 유일했다. 동네 사람들은 어미가 목 맨 나무를 떼어가기 바빴다. 살인자 아들인 한복이를 쉽게 받아들이기는 그들에게도 쉽지 않았다. 그런 곳을 한복이는 스스로 찾아간다. 가족을 이룬 한복이가 들은 형은 출세한 일본 앞잡이가 되었다. 길상이가 해주는 말은 한복이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해준다.

 

 
토지 9(3부 1권)
한국문학사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꼽히는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 제9권. 출간 이후 43년 동안 연재와 출판을 거듭하며 와전되거나 훼손되었던 작가의 원래 의도를 복원한 판본이다. 토지 편찬위원회가 2002년부터 2012년 현재까지 정본작업을 진행한 정황을 토대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판본은 ‘연재본’이라는 작가의 평소 주장을 반영해 연재본을 저본으로 했다. 1969년에서 1994년까지 26년 동안 집필되었으며, 200자 원고지 4만여 장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이 작품은 소설로 쓴 한국근대사라 할 수 있다. 구한말에서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해방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역사적 사건과 민중들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평사리의 대지주인 최참판댁의 흥망성쇠를 중심으로 우리 민족의 한 많은 역사가 폭넓게 펼쳐진다. 다양한 인간 군상과 반세기에 걸친 장대한 서사, 참다운 삶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 등이 돋보인다. (3부 1권)
저자
박경리
출판
마로니에북스
출판일
2012.08.15
 
박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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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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