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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7권, 박경리

category 글/책을읽다 2023. 6. 23. 10:50

suinaut

서희의 복수는 현재 진행형이다. 공노인을 앞세워 조준구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있다. 돌아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주저하는 길상을 보고 있다. 

 

지류가 다른 강이 한 곳에 만나 본류를 이루었다. 큰 강과 바다로 다시 나뉜다. 동학당과 김환의 세력이 합해졌다. 동학당 패들에게는 무력 투쟁과 함께 포교활동을 포기하기 쉽지 않다. 세력을 늘림은 그들의 의견에 힘을 실어준다. 파악하기 어려워 예측되지 않는 김환은 통제되지 않는 세력이다. 예기치 못한 반발을 불러오는 계기가 된다.

제가 보기는 도집 어른께서 욕심이 많으신 것 같소이다. 칼을 두 개 양손에다 하나씩 들고 쓰시겠다는 뜻으로 생각되오만 그것을 저는 반대하겠소이다. 왜냐하면 안 될 일이기 때문이오. 손병희 이용구라고 그마마한 욕심이 없었겠소? 안 되기 때문에 한 손의 칼을 버린 것이오. 포교를 하고 신도를 끌어들이다는 것은 낮에 일하고 밤엔 잠을 잔다는 것이오. 23.

 

서희와 길상이는 사랑이다. 함께 지내온 세월 동안 엮인 출신과 관계, 그리고 여론은 무시하기 어렵다. 양반 법도에 주위를 둘러싼 서희는 복수가 최우선이다. 다른 것은 복수에 미뤄진다. 길상은 서희와의 관계만 생각할 수 없다. 출신도 주위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도 따갑다. 늘 갖고자 했지만 가질 수 없는 서희다. 파격적인 표현을 한 서희를 접해 그들은 부부가 되었으나 아직 선이 그어져 있다.

길상은 고독했다. 고독한 결혼이었다. 한 사나이로서의 자유는 날갯죽지가 부러졌다. 사랑하면서, 살을 저미듯 짙은 애정이면서, 그 누구에게도 주고 싶지 않았던 애기씨, 최서희가 지금 길상에게는 쓸쓸한 아내다. 피차가 다 쓸쓸하고 공허한가. 역설이며 이율배반이다. 인간이란 습관을 뛰어넘기 어려운 조물인지 모른다. 그 콧대 센 최서희는 어느 부인네 이상으로 공손했고, 지순하기만 하던 길상은 다분히 거칠어졌는데. 140.

 

저출산과 비혼은 우리 사회에 주요 단어다. 결혼 적령기에 이르면 주위에서 결혼하라는 재촉이 쏟아졌다. 그것이 스트레스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 비혼이라는 단어로 방패를 삼았고 그것에 공감하는 어른이 늘기 시작했다. 

"함께 살아도 편허질 않고 혼자 살자니 적막강산이고 참말이제 워째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라우." 32.

 

 
토지 7(2부 3권)
한국문학사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꼽히는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 제7권. 출간 이후 43년 동안 연재와 출판을 거듭하며 와전되거나 훼손되었던 작가의 원래 의도를 복원한 판본이다. 토지 편찬위원회가 2002년부터 2012년 현재까지 정본작업을 진행한 정황을 토대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판본은 ‘연재본’이라는 작가의 평소 주장을 반영해 연재본을 저본으로 했다. 1969년에서 1994년까지 26년 동안 집필되었으며, 200자 원고지 4만여 장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이 작품은 소설로 쓴 한국근대사라 할 수 있다. 구한말에서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해방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역사적 사건과 민중들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평사리의 대지주인 최참판댁의 흥망성쇠를 중심으로 우리 민족의 한 많은 역사가 폭넓게 펼쳐진다. 다양한 인간 군상과 반세기에 걸친 장대한 서사, 참다운 삶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 등이 돋보인다. (2부 3권)
저자
박경리
출판
마로니에북스
출판일
2012.08.15
 
박경리
직업
소설가
소속
-
사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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