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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5권, 박경리

category 글/책을읽다 2023. 4. 28. 11:12

suinaut

용정에 큰 화재가 일어나 많은 것을 불 태운다. 서희는 집을 새로 올리고 중심가에 가게를 여러 개 연다. 할머니가 남겨준 재물을 늘려가는 서희다. 역시나 최참판댁 핏줄이라 생각해보지만 지금까지 최참판댁 재물을 늘린 이는 외부인이었다. 그 능력이 최씨에게 와 닿았다.

 

서희와 용정에 도착한 이들은 각자 고민을 안고 산다. 상현은 길상을 질투의 대상으로, 질투의 대상이 되는 것이 못 마땅하다. 옛 양반의 옷을 입은 그는 스스로 이룬게 없다. 그럼에도 모든 것이 못마땅하다. 용이는 서희와 월선에게 본인과 홍이, 임이네 생계가 걸려 있는 자신을 납득하지 못 한다. 혼란스러울 때는 월선을 찾더니 안정감을 찾고 혼란스러워한다. 길상이의 마음 속 갈등은 여전하다. 산 속 절에 있는 스님처럼, 속세인처럼, 소년처럼, 남자처럼, 하인으로, 그의 마음은 갈피를 잡지 못 한다. 

서로의 마음에 친구 이상의 것이 짙게 흐르고 있다. 한 살갗 한 피 같은 것이, 여자에 대한 그리움과는 또 다른 그리움, 그것은 서로를 통하여 고향을 느끼는 때문인지도 모른다. 고향, 어쩌다가 고향을 잃었는가. 319.

 

용이는 길에서 만난 주갑이와 급격히 친해진다. 그와 함께하면 잃어 버린 농담을 하는 용이다. 끼니 한끼, 담배 한 줌에 모든 것을 얻은 듯 고마워하는 주갑은 용이에게 위안이 된다. 사나운 강청댁과 월선이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하다 임이네가 더해졌고, 강청댁은 사라졌지만 임이네는 어떤 의미에서 큰 사람이 되었다. 용이는 모두를 이해하기에 어떤 한 쪽도 편들지 못 한다. 마음과 다른 행동을 하는 게 증거다.

이쯤 되면 돈 문제가 아니었다. 요지부동한 임이네 거짓과 거짓말을 벗기고야 말겠다는, 순전히 쌈을 위한 쌈이 되고 마는 것이다. 옛날에는 말 없이도 다스려졌던 여자가 어느새 거인이 되었고 사내는 힘 잃고 이 빠진, 천부의 자긍심만은 잃지 않으리라 몸부림치는 한 마리의 사자. 월선이로 인한 사랑의 투정이라면 얼마간의 연민도 가질 수 있는 용이였다. 그러나 비참했던 이력 때문에 버림당하지 않는 것만이 살길인 줄 믿었던 지난날의 임이네는 아니었다. 남편 없어도 돈 있으면 산다는 배짱이었다. 용이보다, 아니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 소중한 것은 돈, 오직 돈이었다. 돈에게만 그는 그 자신의 장래를 걸었다. 이 세상 마지막이 온다 하여도 혼자만은 살아남을 것 같은 왕성한 생명력, 불모의 바위틈을 피 흘려가며 기어오르는 생명에의 의지, 무서운 힘이었다. 그런 뜻에서는 본시부터 임이네는 거인이었다. 20.

 

부지런함 만큼 표독하고 욕구를 충족했다. 제 욕심을 우선했다. 자식과 남편이라고해서 우선 순위가 아니다. 살길을 열기 위해 자식과 남편은 도구였다. 임이네에게 돈이라는 새로운 선택처가 생겼다. 그러나 용정에서 생긴 큰 화재로 많은 돈을 잃었다. 

 

길상과 상현은 대립한다. 상현은 구도 자체에 불만이다. 길상은 상현만큼은 서희의 짝이 되지 않으면 된다.

'납작하게 당했구나. 만만찮은 놈인 줄 내 진작부터 알고 있었으나, 그놈의 말이 옳기는 옳아. 양반 내세우면 뭘 하나. 이불 밑의 활개치기지. 흐흐흐...... 체통? 지조? 떠들어대던 그 꼬락서니라니. 남의 밥 얻어먹으면서 곧 죽어도 장죽은 뚜드려야 하고 서푼짜리도 안 되는 양반, 이 판국에 무슨 놈의 얼어 죽을 양반이냐 말이다.' 48.

 

상현은 길상에게 양반으로서의 위엄을 내세운다. 길상에게 통하지 않는다. 길상은 자신을 절에 맡긴 부모를 몰라 자신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갖는다. 그런 길상이지만 상현을 서희 옆에 있을 대상이라 판단하기에 그가 가진 배경에 억압되지 않는다. 여전히 서희는 별당에 앉은 사람처럼 나서지 않는다. 그녀에게 길상이라는 존재는 하인과 남자가 가지는 의미 그 이상이다.

 

 
토지 5(2부 1권)
한국문학사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꼽히는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 제5권. 출간 이후 43년 동안 연재와 출판을 거듭하며 와전되거나 훼손되었던 작가의 원래 의도를 복원한 판본이다. 토지 편찬위원회가 2002년부터 2012년 현재까지 정본작업을 진행한 정황을 토대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판본은 ‘연재본’이라는 작가의 평소 주장을 반영해 연재본을 저본으로 했다. 1969년에서 1994년까지 26년 동안 집필되었으며, 200자 원고지 4만여 장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이 작품은 소설로 쓴 한국근대사라 할 수 있다. 구한말에서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해방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역사적 사건과 민중들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평사리의 대지주인 최참판댁의 흥망성쇠를 중심으로 우리 민족의 한 많은 역사가 폭넓게 펼쳐진다. 다양한 인간 군상과 반세기에 걸친 장대한 서사, 참다운 삶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 등이 돋보인다. (2부 1권)
저자
박경리
출판
마로니에북스
출판일
2012.08.15
 
박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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