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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서머싯 몸

category 글/책을읽다 2023. 3. 28. 08:35

pixabay

달과 6펜스는 돌고 돈다. 달은 6펜스가 되고 사라진 달의 자리에 다른 것을 찾아야 한다. 6펜스가 달이 되기도 한다.

「스트릭랜드 본인도 그게 걸작인 줄 알았을 겁니다. 자기가 바랐던 걸 이룬 셈이죠. 자기 삶이 완성된 거예요. 하나의 세계를 창조했고, 그것을 바라보니 마음에 들었어요. 그런 다음 자부심과 함께 경멸감을 느끼면서 그걸 파괴해 버린 거죠.」 299.

 

스트릭랜드는 일상을 경멸했다. 창조했지만 동시에 새로움은 일상이 되어 버렸다. 새로움은 늘 새로워지지 않는다. 스트릭랜드는 나병에 걸려 죽는다. 유언으로 마지막 그림은 불에 탄다. 닥터 쿠트라는 작품에서 천재를 발견하고 예술을 남기기 위해 아타를 말리지만 불은 그림을 삼켜버린다. 화가는 그림에서 새로운 세상을 창조한다. 스스로 발견했다. 죽기 전 눈이 멀어서도 그림을 바라본다. 

우리가 하는 걱정의 40퍼센트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이고, 30퍼센트는 이미 일어난 일들에 관한 것이며, 22퍼센트는 아주 사소한 걱정들이고, 4퍼센트는 우리가 전혀 손쓸 수 없는 일들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 나머지 4퍼센트만이 우리가 정말로 걱정해야 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쓸데없는 96퍼센트의 걱정과 불평불만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느라 정작 오늘을 즐겁게 보내지 못하고 만다.

 -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 김혜남

 

지난 과거는 되돌릴 수 없고 미래는 오지 않는다. 미래가 오게 된다면 더이상 미래가 아니기 때문이다. 영원한 현재뿐이다.

 

 

「난 과거를 생각지 않소. 중요한 것은 영원한 현재뿐이지」

 

 

 

40대 남자가 가정을 떠났다. 돌아가지 않겠다는 말을 편지로 전했다. 변명은 없었다. 스트릭랜드를 지켜보며 화가 났다. 이해할 수 없었다. 어이가 없었다. 파리에서 느낀 감정이다. 통념에서 나온 생각이다. 배경은 유럽에서 타히티로 바뀐다. 생각하는 기준도 함께 넘어간다. 감정은 질투와 부러움으로 새로워졌다. 

그러자 그 사람이 아타를 보면서 이렇게 말하지 않겠어요. <내가 너를 때릴 텐데.>
아타 대답이 이랬어요. <그러지 않으면 사랑받는 줄 모르잖아요.> 263.

 

가족은 끊을 수 없는 인연이 연결되어 있다. 피의 맹세다. 스트릭랜드는 그것을 부정했다. 그러나, 가족이 문제가 아니었다. 붉은 수염은 타히티에서 가정을 꾸민다. 숙소 주인에게 아타를 소개받으며 하는 질문은 배려다. 낯선 모습이다. 타히티여서인지, 아타여서인지, 혹은 둘 다가 이유다. 타히티에서 스트릭랜드는 특별하지 않으며 아타는 스스로 가정을 꾸려나가며 그에게 순종하며 귀찮게 굴지 않는다. 유언을 실행함에도 흔들림이 없다.

세상에는 자비로운 섭리에 따라 분명 독신으로 살게끔 운명 지어졌으면서도 고집이 세거나 또는 불가피한 사연으로 그 천명을 거스르는 사내들이 있다. 결혼한 독신주의자처럼 가엾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231.

 

웹툰 작가 주호민은 인터넷 방송에서 이야기했다. '비혼주의는 결혼으로 완성이 돼요. 자신의 생각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거든'. 우리는 일련 한 조건에 대해 결론이 어떻게 나올지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불행으로 가는 전철을 밟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불행이든 행복이든 직접 맛보아야 알 수 있는 법이다. 불행을 피하기 위해 간접적인 경험을 쌓지만 구태여 맞부딪힌다. 그 속에 작은 행복이 불행을 없애 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가슴을 부풀고 뛰어간다. 늦게 가면 행복이 멀어질까 봐. 행복에 가려 보이지 않는 불행이 크게 보일까 봐.

사랑하지 않는 남자가 와서 죽도록 사랑한다고 매달릴 때처럼 여자가 잔인하게 구는 경우는 없다. 161.

 

자신을 사랑해주고 안정된 장래가 보장되어 있어도 홀린 듯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든다. 매력 때문이다. 유효기간이 길지 않지만 과거를 기억하며 힘든 일상을 살아간다. 여전히 인간은 동물 같은 본능을 가지고 있다. 항상 이성적이지 않고, 현실적이지 않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는 행복을 바라기 보다 불행이 오지 않은 것에 감사하라고 한다. 

 

 
달과 6펜스
프랑스의 후기 인상파 화가 폴 고갱을 모델로 한 중년의 사내(스트릭랙드)가 달빛 세계의 마력에 끌려 6펜스의 세계를 탈출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 세속의 세계에 대한 냉소 또는 인습과 욕망에 무반성적으로 매몰되어 있는 대중의 삶에 대한 풍자가 담겨있는 소설.
저자
서머싯 몸
출판
민음사
출판일
2000.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