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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category 글/짧은글 2023. 1. 9. 08:34

pixabay.com

 

부모가 정해준 혼처에 따라 서로 만나 본 적 없는 사람과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다. 아이 결혼도 부모가 내린 결정에 따른다. 식민지와 전쟁 시대에는 나이가 찬 소년, 소녀는 서둘러 식을 올렸다. 집집마다 건장한 사내 없이 노인과 여자가 생계를 꾸리던 공백이 있었다.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지금에 이르렀다. 결혼은 하지만 출산은 하지 않는다. 연애는 하지만 결혼은 하지 않는다. 연애를 하지 않는다. 낮은 출산율과 혼인율을 지나 연애를 하지 않는다. 결혼에 대한 블랙코미디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웹툰 작가였던 주호민은 유튜브에서 "비혼주의자가 결혼하는 걸 찬성한다. 비혼주의는 결혼으로 완성된다. 자신 생각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라고 말한 후 농담이라며 상황을 정리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결혼, 이혼, 재혼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하고 있다. "결혼, 결국에는 혼자가 낫다. 이혼, 이제야 깨달았다. 혼자가 낫다. 재혼, 재엔장 혼자가 낫다니까". 

 

결혼하지 않은 채로 제법 긴 시간을 지냈다. 과거와 지금을 비교할 수 있을 만큼이다. 과거 지인과 친인척은 결혼 시기에 민감했다. 자연스레 임박한 자들에게 압박을 가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강도는 강해갔다. 시기를 훌쩍 지난 이에게는 약해졌다. 그럼에도 잊을만하면 결혼 이야기를 꺼내 부모와 자식 간에 틈을 만들었다. 지금은 "결혼하지 않겠다"는 말에 "그것도 좋은 선택"이란 답변이 돌아오기도 한다. 모든 것이 금방 퍼지는 세상처럼 남들 이야기 같던 현상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남들처럼 사는 게 중요했던 옛날에는 결혼하지 못하면 창피해했다. 독려하고 강요했다. 지금은 존중을 넘어 독려를 한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미혼은 결혼 한 사람을 부러워했다. 하나둘씩 결혼으로 친구 무리를 떠난다. 남은 이는 연락할 수 있는 번호가 줄어든다. 설날, 추석, 어린이날, 어버이날, 크리스마스 등 가족이 함께 모여드는 날들, 남은 이들은 남아있는 다른 이들을 찾아 나선다. 공백을 견디지 못한 이는 결혼한다. 지금 결혼 한 사람들은 힘들어한다. 온갖 밈들이 떠돈다. 결혼해서 힘들고 불편하고 자기를 희생해야하는 여러 상황을 블랙 코미디로 바꿔 본다. 함께 취미를 하던 이들은 결혼과 출산으로 개인 생활이 축소되어 활동을 중지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미혼이 "시간 많고, 여유롭고, 부럽다"라고 한다. 또한, 점점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이 충분해져서 놀 사람이 부족하지 않다. 

 

'미운 우리 새끼'와 '나 혼자 산다'는 여전히 인기가 높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일상을 들여다보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는 출연진까지 각양각색이다. 혼자여서 외로운 대상을 보고 공감을 표현하는 시청자도 있다.

 

혼자 살기에 어렵던 시절과 달리 식사, 세탁, 청소, 반찬과 같은 가사를 외부에 위탁할 수 있게 되었다. 가족에서부터 SNS와 커뮤니티, 만남 앱을 통해 깊지 않은 가벼운 관계로 변해간다. 결혼 제도라는 자연스러움에서 필요성과 효율성을 따지게 되었다. 얻어야 할 것과 포기해야 할 것 사이에 결혼과 연애가 저울 접시에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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