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공간 변화를 가속화시킨다. 개인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필요성은 높아졌다. 집이 갖는 의미가 달라졌다.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다보니 지금보다 큰 평수로 이사, 가구와 가전의 교체 수요가 늘었다. 캠핑 열풍이 불었다. 갑갑하고 다른 이들과 연결성이 끊어졌지만, 온라인을 적극으로 활용하고 홀로 있는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강제로 얻게 되었다.
하버드와 MIT를 거쳐 국내에서 건축 설계를 하며 홍익대 교수인 유현준 저자는 미래에 공간이 갖게 될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며 현재 공간이 가진 문제를 드러낸다. 목차를 둘러보면 다양한 주제들이 넘쳐흐른다. 종교와 교육, 소유 부동산, 재능기부 등 개인이 관심 갖는 이야기들이 가득했다.
읽고 싶은 부분을 펼쳐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유현준이 하는 주장에는 힘이 넘쳤다. 그에 대한 다른 의견을 함께하면 더욱 좋겠다. 정책 입안자나 법적 측면에서 바라보는 시야도 궁금하다. 알쓸신잡에서 활동하며 쉽게 풀이하는 말이 익숙하다. 건축 이야기라 딱딱할 줄 알았으나 그렇지 않다. 저자 아이디어가 많이 제공된 책이며 이 중 몇 개는 이루어지지 않을까?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 이런 부분은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다'라고 이야기하다 실제 적용되었을 때 '거봐라. 내가 이야기하지 않았느냐!'라고 자랑할 수 있겠다.
우리는 독립성을 주장한다. 저자에 의하면 그렇지 않다. 우리는 이미 종교와 사회성에 맞춤되어 있다. 종교는 시간과 공간을 제어한다. 교회에서 가로로 긴 의자를 사용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무슬림이 하루 다섯 번 기도하는 것은 공간을 제어할 수 없으니 시간을 통제하는 것이다. 권위를 나타내기 위해 많은 건축 요소를 활용하고 있다. 이미 우리 삶 속에 건축은 목적성을 가지고 구성되어 있다. 익숙해진 것을 의식하기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야외 발코니가 있으면 햇볕을 쬘 수 있어 좋겠다. 지금 베란다는 확장 여부를 떠나 실내 공간에 한정되기에 실외 발코니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러나 관리할 생각을 하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자연과 함께 사는 이들은 부지런해야 한다. 실외 발코니가 생기는 순간부터 태풍, 청소, 잡초, 온갖 걱정도 함께 올 것 같다. 야외 발코니를 관리해주는 업체를 구독하면 해결될 것 같긴 하다.
코로나 이전 집은 숙식을 해결하는 성향이 강했다면 이후에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다. 1인 가구가 방 세 개를 가진 집을 옷방과 취미방, 손님방으로 활용하는 변화가 생기고 있다. 주거에 대한 눈높이가 달라졌다. 10평 내외에서 살던 1인 가구를 위한 집 보다는 30평이 넘는 적절한 개인 공간을 필요로 한다. 칠레에 반 완성 주택처럼 비용을 절감하는 다양한 시도가 소개되었다. 문제 제기가 된다면 어떤 방향으로든 나아가지 않을까?
자신만의 공간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 방 세 개 공간에 사람 네 명이 있게 되면 한 명은 고유한 공간을 갖지 못한다. 거실을 새로운 공간으로 창조한 이야기를 들으며 무릎을 치게 되었다. 없으면 만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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