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을 다스리는 법
[세속의] 현명함을 숭상하지 않아야만 백성이 다투지 않는다.
얻기 어려운 재화를 귀하게 여기지 않아야만 백성이 도둑질하지 않으며,
욕심낼 만한 것을 보이지 않아야만 백성이 마음을 어지러워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성인의 다스림은 그(백성) 마음을 비우고 그 배를 채우며, 그 뜻을 약하게 하고 그 뼈를 강하게 하는 것이다.
늘 백성이 알고자 하는 것도 없도록 하고 하고자 하는 것도 없도록 한다. 지혜로운 자들로 하여금 감히 [어떤 일을] 하지 못하게 한다.
무위하면 다스리지 못하는 것이 없다.
배가 부른 백성은 불만이 없고 왕이 누구이며 무엇을 하는지 관심 없다. 나라에서 다수를 이루었던 백성은 배고프고 고달팠다. 생계를 유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그들 중 누군가는 봉기를 일으켰다. 백성에게 충분하게 배를 채울 수 있게 해주는 나라는 다른 곳보다 안정되어 있었다. 그 이상을 탐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도 아직 사각지대에서 배고픈 이들이 존재하지만 다수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배고픔을 잊은지 오래다. 오히려 넘치는 배부름이 고질이 되어 병을 불러일으킨다. 그런 사회에서 국민들이 외치는 목소리는 강해지고 있다. 대통령과 정부 주요 인사들이 하는 말과 정책은 미디어와 다양한 곳을 통해 전파된다. 그것에 대한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사람들은 옳고 그름을 따진다. 세상 귀한 물건들은 소문으로만 듣던 것이 사진과 동영상으로 등장해 어떤 것이 귀하고 희소한지 모르는 사람이 없다. 어떤 사람이 일상 중 화려했던 한 순간을 찍어 올린다. 사람들은 그 순간을 그 사람이 사는 일상으로 착각하며 우월함에 대비되는 열등감으로 느낀다. 모두가 화려함을 쫓는다.
경제 논리가 우선이 되는 사회에서 부를 축적하고 성공한 이들을 조명한다. 그들은 대다수 높은 수준으로 소비에서 화려하게 두각을 드러낸다. 다른 이들도 그들을 뒤쫓게 되고 악순환은 반복된다. 근검절약이 미풍양속이던 시절은 지났으며 구질하다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부동산 시세 폭증으로 부자가 된 이들이 늘어 관심 없던 이들도 청약 소식에 귀를 기울인다. 영끌로 들썩이던 시장은 금리 상승으로 투자한 이들은 고통에 싸여 있다.
별다른 뉴스거리가 나오지 않는 세상이야말로 무위로 다스려지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요즘 논란이 된 사건이 정리되지 않고 다른 논란이 생산되고 계속 불거지고 있어 노자가 말하는 그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고위공직자와 관련자들이 입은 복장과 장식품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노자가 한 말을 되씹게 한다.
'글 > 책을읽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자 #5 - 짚으로 만든 개 (0) | 2022.12.05 |
---|---|
워런버핏 라이브 #1 - 1986년, 거시 경제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0) | 2022.12.01 |
공간의 미래, 유현준 (2) | 2022.11.30 |
노자 #4 - 만물의 근원 (0) | 2022.11.28 |
파도처럼 온몸으로 세상과 부딪치며 살아가는 - 알로하, 나의 엄마들, 이금이 (2) | 2022.11.18 |
노자 #2 - 장자방 장량 (0) | 2022.11.15 |
노자 #1 - 도라 말할 수 있으면 도가 아니다. (0) | 2022.11.09 |
시선으로부터, - 정세랑 (0) | 2022.1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