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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코스톨라니가 하는 말은 쉽다. 강연과 칼럼, 집필을 자주 하는 코스톨라니는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말한다. 이솝 우화에 나올 법한 옛날이야기를 말하듯 예스럽게,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건네는 친근함처럼, 복잡한 도표와 수식이 없다. 

"국제적인 우량주에 해당되는 주식을 몇 종목 산 다음, 약국에 가서 수면제를 사먹고 몇 년 동안 푹 자라" 서문.

 

코스톨라니가 어떻게 살았는지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돈이 오가는 거래를 오랫동안 하며 이익을 거뒀다. 주식, 원자재, 환율 등 투자처를 가리지 않았다. 지금은 장기간 보유하는 투자를 한다. 투자 행위를 '지적인 도전 행위'라고 부르며 돈에 매이지 않는 초월이 느껴진다.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1917년 이후 한순간도 쉬지 않고 돈과 주식에 몰두했으나 결코 금전숭배주의자는 아니었다. 그가 투자할 때 심각하게 고려한 것은 돈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자신의 결정이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그에게 상당한 기쁨이기도 했다. 그는 기꺼이 스스로를 주식투자자라고 칭했는데, 그에게 투자 행위는 '지적인 도전 행위'였다. 그는 항상 돈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자 했으며, 이러한 태도야말로 투자자가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전제라고 말했다. 코스톨라니는 기세등등하지도, 탐욕스럽지도, 돈으로 뽐내지도 않았다. 그에게 있어 돈은 목표를 향한 수단에 불과했다. 그가 나치를 피해 도망쳤을 때 돈은 위기 상황 속에서 그를 보호해 준 방패막이가 되었고, 말년에는 최고의 의학적인 치료를 가능하게 해주었으며, 덕분에 그는 편안하고 즐거운 생을 누릴 수 있었다. 9.

세계 시민이었던 코스톨라니는 무엇보다도 재정적 독립을 즐겼다. 그가 생각하기에 재정적인 독립은 건강 다음으로 중요한 최고의 선이며 가장 귀한 것이었다. 그에게 있어서 '독립'의 의미는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말할 수 있고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하고 싶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당당하게 "하기 싫다"고 말할 수 있고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10.

 

사람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직장을 다닌다.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일을 위해 쓴다. 통장에 돈이 조금씩 쌓여간다. 계속 직장 생활을 한다. 관성이다.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지금 벌어둬야 불투명한 색채가 조금은 선명해진다. 우리는 음악과 그림, 글에 쓸 시간이 없다. 저출산이 일반이다. 낳으면 한 명 정도이다. 돈이 스스로 굴러, 돈이 돈을 벌게 된다면, 그 아이는 음악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거나 혹은 다른 것을 할 수 있다. 우리와 다르게 시간을 온전히 하고 싶은 일에 쓸 수 있게 된다. 

"내게 만약 아들이 있으면 우선 첫째는 음악가를 시킬 거요. 둘째 아들은 화가, 셋째는 소설가 아니면 저널리스트를 시킬 거요. 그러나 넷째는 다른 세 형제를 먹여 살리기 위해 꼭 투자자를 시키겠소." 287.

 

책 속에는 작은 소소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 피식 웃을 수 있는 문장과 함께한다. 한국은 돈을 뭐라고 할까? 독일과 비슷한 산업이 많으니 '돈을 번다'라고 말할 수 있다. 부동산 불패 신화와 청약에 관심이 높으니 '돈을 깔고 앉는다'라고 말할 수 있다. 나라는 부유해졌지만 소외받는 가정에 대한 뉴스는 끊기지 않으니 '돈을 무섭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독일인들만 고지식하게 "돈을 번다"고 말한다. 프랑스인들은 "돈을 얻는다"고 말한다. 또한, 영국인들은 "돈을 수확한다"고 말하고, 미국인들은 "돈을 만든다"고 말하며, 헝가리인들은 "돈을 찾는다"고 말한다. 46.

 

경제와 증권 시장을 코스톨라니는 개를 데리고 하는 산책으로 이야기한다. 개는 주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한 남자가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한다. 보통 개들이 그렇듯 주인보다 앞서 달려가다가 주인을 돌아본다. 그리고 다시 앞으로 달려가다가 자기가 주인보다 많이 달려온 것을 보곤 다시 주인에게로 돌아간다. 그렇게 둘은 산책을 하면서 같은 목표에 도달하게 된다. 주인이 1킬로미터를 걷는 이 개는 앞서가다 돌아오기를 반복하면서 약 4킬로 미터를 걷게 된다. 여기서 주인은 경제이고 개는 증권시장이다. 이와 같은 예가 들어맞는다는 것은 1930~1933년 대공황 후 미국 경제가 어떻게 발전했는가를 보면 알게 된다. 경제는 지속해서 발전하지만 한 걸음 혹은 두 걸음 멈추기도 하고 뒷걸음질 치기도 한다. 물론 그 사이 증권시장은 100번도 더 앞으로 뒤로, 전진 혹은 후진하게 되는 것이다.

요컨대,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면 경제와 증권시장은 같은 방향으로 진행되어 나간다. 그러나 때때로 그 사이사이에 이 둘은 서로가 상반되는 방향으로 나가기도 한다. 109.

 

경제 지표를 매 일, 매 시간, 매 분 단위로 측정하지 않는다. 증권 시장은 주식 가격을 분 단위 숫자로 찍고 차트 상에 점을 찍는다. 가능하다면, 주식을 매수하고 매도하는 사이에 찍히는 점들이 모여있는 차트 그래프를 가위로 잘라 내고 싶다. 그 사이 점은 상관없다. 강아지와 함께 출발하는 장소와 도착지가 주인이 원하는 곳이면 된다. 계획하던 시간 안에 산책이 끝난다면 최상이다.

 

최근에 증권 시장 폭락과 버블을 경험했다. 지금도 버블이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 유튜브에 매수 시점을 이야기하는 방송은 늘어나고 있다. 코스톨라니는 폭락기에 매수 시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다음 문장으로 알 수 있다.

"밀 가격이 떨어질 때 밀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사람은 밀 가격이 오를 때도 역시 가지고 있지 않다." 208.

 

많은 정보가 넘쳐나는 요즘이다. 뉴스와 공시, 사업보고서, 분석 리포트, 토론방, 블로그, 내부 정보,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투자에서 성공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잊힐 정보다. 코스톨라니가 하는 말은 이 모든 것을 잊어버렸을 때 남는 그것이다. 들어오고 나가는 정보들 속에서 알아야 할 것을 골라내고 연결 지을 수 있는 힘을 준다. 코스톨라니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참된 증권 거래 지식은 모든 상세한 것을 잊어버렸을 때 남는 그것이다. 모든 것을 알아야 하는 게 아니라, 그것들을 이해하고 상관관계를 제대로 파악하며 그에 맞게 행동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245.

 

부자에 속하는 많은 이들은 기업 설립자와 사주, 경영자들이다. 그들은 기업과 경제가 흔들리는 속에서도 주식을 매도하지 않는다. 매도하지 못한다.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매수/매도가 불러오는 거래로 많은 이익을 얻었다. 이후 소유함으로써 자산을 늘려갔다.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코스톨라니 투자총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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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앙드레 코스톨라니
출판
미래의창
출판일
2005.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