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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려니

category 글/짧은글 2022. 10. 19. 10:58

사진 suinaut

고백하겠다. 나는 독설가였다. 논리와 합리에 무게를 실었다. 개인이 가지는 감정에 소홀했다. ‘그게 아니고’로 시작하는 대화가 많았다. 반박할 수 있는 근거를 찾거나 허점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무언가를 주장하기보다 반박하는 표현 방법이 습관으로 남았다. 상대방, 상품, 주장에 단점을 우선으로 탐색했다.

세월이 지나가면 쌓인 시간만큼 발전한다. 그러다보면 알고 있는 걸 전달해줘야 하는 때가 온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입장이 되면 칭찬으로 북돋워준다. 장점은 있게 마련이다.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 사람이 가진 것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 선택이 되지 못한 것이다. 배움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다르게 한다. 반복으로 그에 맞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납득이 안 되면 반박을 듣는다. 진지하게 이유를 설명하면 이해를 끝마치지만 어색함이 둘 사이에 남는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살아가며 여러 스승을 만나게 된다. 부모, 학교, 학원, 강습, 취미, 동호회, 친구, 다른 사람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는 늘 있다. 공자는 말했다.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그 중에 스승이 있다. 나보다 나은 사람에게 좋은 점을 골라서 따르고, 나보다 못한 사람에게 좋지 않은 점을 가려내어 바로잡는다" 장점을 받아들이고 단점은 바로잡는다. 상대방을 거울로 사용해 자신을 돌아본다. 이게 가능하려면 관찰을 해야 한다. 장점과 단점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볼링을 배웠다. 볼링공을 구매해 친구와 볼링장을 찾아 볼링을 쳤다. 높은 점수를 얻었다. 공에 회전을 주어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했다. 스페어를 놓치지 않는 게임을 했다. 옆 레인에는 모임에서 볼링을 즐기는 사람들 모습이 보였다. 함께 즐기는 모습 속에 안정된 자세와 강력한 공 움직임에 새로운 욕구가 치솟았다. 모임과 배움을 쫓다 보니 어느 곳에 도착했다. 그곳은 친목보다 배움을 주목적으로 했다. 미국 프로 볼러를 중심으로 한 모임이었다. 전국에서 모두 모이는 기회가 1년에 한, 두 번 정도 있었다. 

전국 모임에서 만난 미국 프로 볼러는 이민간 한국계였다. 그는 강습을 하며 긍정으로 해석할 수 있는 단어들을 마구 쏟아냈다. 원리를 이해할 수 있게 다양한 설명을 시도했다. 단점을 고치려는 시도는 보이지 않았다. 핵심을 각자 몸에 맞게 실행할 수 있다면 상대를 바꾸려 하지 않았다. 그 모임에는 자세가 제각각이다. 그즈음에 볼링 모임에서 으레 보이던 뻔하고 일관된 자세는 보이지 않았다.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방향 설정을 꾸준히 했다. 각자는 자신에게 맞는 길로 갔고 이해한 자는 얻었다. 

강사를 통해 연필 소묘를 배웠다. 유난히 감탄사가 많았다. 삐뚤삐뚤한 선을 보며 개성이 넘치고 어떤 느낌이 나는지 설명했다. 물론 수정이 되어 느낌이 완성되었다. 시간이 지나 선이 쌓여야 느낌이 나는 그림에 도전했다. 스케치가 끝나고 감탄, 명암을 깔아놓고 감탄, 선을 올릴 때마다 감탄. 이해되지 않았다. 꾸며 감탄하는 것은 아닐까 의심해보기도 했다. 쌓여가던 선들은 처음 감탄했던 느낌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그녀 눈에는 보이는 것이다. 쌓여서 사라질 단점보다는 계속할 수 있게 하는 장점을 감탄사로 대신했으리라.

누군가가 가진 단점을 고치려 한 적이 있다. ‘그 단점만 없으면 참 아쉬운 사람인데’라는 쉬운 생각은 스스로 늪에 빠지게 했다. 타인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러다 본인이 쉽게 변한다. 프레드릭 배크만은 <우리와 당신들>에서 이야기 한다. “어쩌면 우리는 좋은 사람인 동시에 나쁜 사람일 수도 있다." 좋은과 나쁨도 함께하는데 장단점을 떼어놓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아랍에서는 ‘인샬라 - 알라의 뜻대로 하옵소서’라고 하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인다. 알라를 믿지 않으니 ‘그러려니’로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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