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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관통하는 주요 단어

category 글/짧은글 2022. 10. 14. 09:45


당신 삶을 정의할 수 있는 주요 단어는 무엇인가요? 기습을 당한 기분이다. 5초 남은 상황에서 버저비터를 노리기 위해 3점 슛이 가능한 곳에서 패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첫 패스를 빼앗겨 속공하고 있는 상대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기분이다. 슛을 하기 전 상대편에서 막혀 버리지 못했다. 던진 슛이 림을 외면하고 나오지 않았다. 던질 기회를 얻지 못했다. 생각해보지 못 한 대답을 지금 해야 한다.

독서 모임 리더 양성 과정. 참석 할 생각이 없었다. 단체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목줄을 매버리 게 되어 의무 참석하게 되었다. 첫날 참석자들을 둘러보고 다들 같은 기분으로 왔겠구나 싶었으나 그들은 적극이었다. 자기 의지가 아닌데 쾌활한 반응과 질문을 던진다고? 같은 기분 아니었어? 첫날 모임이 끝나기 전에 참석자 정체를 알게 되었다. 그들 중 독서 모임에서 참석한 이는 절반이 되지 않았다. 의무 참석이라면서요?

자유 의지로 참여하게 된 경우가 아니었다. 그래도 운전까지해서 2시간의 진행 시간, 5회 차. 의미 있는 시간으로 보내기로 마음먹고 꾸준히 참석했다. 독서 모임을 통해 많은 질문을 받아 왔다.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 질문이다. 잡다한 생각을 많이 껴안고 살았다. 그 생각이 갈 수 있는 막바지에 도달해 본 적이 없다. 머릿속 잡다한 생각들은 다른 줄기에 있는 잡다함을 불러들여 어수선하기만 했다. 그들이 도착할 수 있는 역은 두통역뿐이다. 두통역에서 내릴 수 있다면 생각을 멈추는 것이 지하철 차고지까지 가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다. 네 생각이 도착한 끝은 어디인지 묻는 원초적인 질문에. 당황하기 일쑤였다. 이번 질문 역시 머릿속을 백지장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어떤 게 있을까 생각해 본다. 10초가 지나지 않았다. 짝지어 준 인원대로 이야기 하기 위해 사람들이 등을 돌리고 조를 짠다. 1분이 지나지 않았는데 강연자는 생각하는 시간을 1분 준다고 한다. 수년을 고민해도 나올만한 이야기를 그들은 이미 가지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등을 돌려 조원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바로 질문이 들어온다. 미리 담고 있던 생각이 없다 보니 강연자 질문을 뒤집어 대답한다. 의미를 찾지 않는 삶을 희망한다. 나무 가지가 뻗어 나가 다른 가지로 갈라지 듯 다른 질문을 받는다. 정의하지 않는 삶인가요? 정의했지만 그렇게 살지 않는 삶인가요? 방금 도착한 생각이에요. 아직 종착지에 가보지 않는 마음이라 설명하기 곤란하다. 상대방에게 처음 질문을 던진다.

건강해지는 것과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찾는 것입니다. 두 가지 모두 과거 현재보다 나아지는 것을 의미하나요? 그렇습니다. 여러 경험을 해보며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스스로 내릴 수 있는 경험을 해보지 못 했습니다. 그래서 계속 찾고 있습니다. 시간을 들여 노력으로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나요?라는 반문이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귀 기울여 들어 의견을 이끌어 내는 것이 이번 강연 목표임을 떠올리고는 그만둔다. 1분 내로 토론을 정리해 달라는 강연자 요청으로 이야기를 정리한다.

그렇다. 앞서 나갔다. 심도 깊은 질문이지만 현재를 이야기하면 된다. 이럴 때 진지해지는 성향이 있다. 유머를 잃고 여유 없어 허우적대는 모양이다. 지금 관심 있는, 현재까지 도착한 역을 이야기해도 상관없다. 다음 역은 내일 이야기하면 된다. 두통이 오면 승강장을 통해 반대 방향 열차를 타면 된다. 지난 역으로 다시 돌아와도 괜찮다. 환승역을 만나면 다른 노선을 향하는 열차를 탈 수도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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