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 책이 늘어 난다. 독서를 더욱 많이 하고자 바랄 때에는 길을 안내 받은 듯 했다. 읽고 있는 책에서 인용되는 다른 저자나 책은 강을 건너 뛸 수 있는 징검다리를 놓아 주었다.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주었다. 바로 읽지 못 하는 책 목록은 처음에는 공책에 적었다. 휴대용 기기들이 등장 한 후에는 메모 프로그램에 차곡차곡 쌓았다. 지금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은 후 앨범으로 정리해 둔다. 시간이 지나서 저장하는 방법은 변했지만 공통점이 있다. 이 목록은 줄어들지 않는다. 읽어서 삭제되는 수보다 더해지는 수가 더 많다.
독서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모임을 10년 넘게 이어가고 있다. 그들을 통해 접해보지 못 한 작가와 책을 만날을 때 반가웠다. 새로운 방향을 발견했다. 한 방향을 파고드는 취향의 독서였으므로 그들과 내가 읽었던 책이 겹쳐지는 경우가 적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반가움은 숙제가 되어 당혹감이 되었다. 꼭 읽어야 하는 의무는 없다. 하지만 모임을 통해 만난 작가에 대한 호기심은 목록을 한 줄 늘려 나간다.
독서 구력이 길어지면서 글자를 읽는 습관이 생겼다. 어떤 사람은 활자 중독을 운운하지만 참지 못 할 수준은 아니다. 세상에는 많은 정보가 글로 쓰여 있다. 정보, 안내, 주의, 경고, 형식을 차리지 못 한 문장들이 A4 용지 안에 손으로 쓰여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글들을 읽게 되면 자유롭지 못 하다. 스스로 취득한 정보를 활용하게 하고 안내에 따라 주의를 떠올리며 경고를 조심해 나간다. 자유로운 행동을 방해한다.
글자를 읽는 습관은 관심사를 늘리는 짓을 한다. 조금씩 차곡차곡 쌓였던 관심 없던 분야는 어느새 익숙해진다. 익숙해진 후엔 궁금해진다. 그리고 관련 된 책을 찾아보고 새로운 분야에 해당하는 목록이 생긴다. 세상은 끝이 없다.
책 생긴 모양이 글 읽는 사람을 현혹한다는 생각을 가진 적이 있다. 책 선택에 더할 수 없이 큰 영향을 끼친다. 저자와 책 이름, 관심 있는 분야에 해당하는 책이 아니라면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나. 손가락 끝으로 느껴지는 감촉이 좋아 선택한다. 제목이 쓰인 글씨체가 마음에 들어 고른다. 겉 표지 색상이 무언가 암시하는 분위기를 풍겨 손에 옮겨 든다. 책 소개와 평을 앞 뒤에 실어 주기도 해서 읽는데 이는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줄거리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하이라이트 영상과도 같다. 책 읽는 내내 소개글과 평에서 했던 문장을 기다리고 대입해서 읽게 만든다. 다른 사람이 남긴 발자국에 발바닥 끝을 갖다 대 길을 걷는 것과 같다.
읽은 멋진 말을 쓸 기회를 노린다. 책을 읽으면 기록을 남긴다. 책 속 구절을 남겨서 모아 둔다. 언젠가는 다시 쓸 것 처럼. 누군가를 만나기 전 쓸만한 문장은 입속에 되뇌인다. 적당한 기회에 써먹어야 할 텐데.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 어쩌다 마주친 기회에 입 밖으로 뱉어 내어 짜릿한 기분을 느낀다. 곧 허무해지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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