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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com - 월든 사진 아닙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수식하는 단어는 많다. 자연주의자, 초월주의자, 계몽주의자, 노예 반대 운동, 시민불복종, 철학자 그리고 월든과 함께 소로를 말한다. 참 아는 게 많은 사람이다. 사회와 다른 방향을 걸을 수 있는 용기를 가졌다. 동서양을 따지지 않고 철학에 욕심을 낸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을 가져와 글에 이미지로 대신한다. 공자나, 인도 경전에서 구절을 가져와 의견을 대신하기도 한다. 깊이와 넓이를 갖추고 행동한다. 영미문학이지만 쉽게 읽히는 글로 되어 있다. 문화권이 다른 데서 오는 이질감을 이번에는 느끼지 않았다.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동질감을 느낀다.

 

소로가 쓴 문장을 빌려 작가와 비교할 뻔했던 스스로를 위로한다.

삶의 다양성과 즐거움을 앗아가는 권태와 지루함은 아담의 시대부터 존재한 것 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인간의 능력은 정확히 측정된 적이 없기에 인간의 능력을 선조들에 비추어 판단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시도해 본 것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어떤 실패를 했건, 아가, 괴로워 말아라. 네가 해내지 못한 일을 두고 누가 너를 질책할 수 있겠느냐? 16.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찾아보니 추천사가 많다. 그중 눈에 띄는 문장이다. 

단순함에서 길어 올린 풍요로운 삶 - 박일호

 

줄 긋기가 이어져 반복으로 겹쳐지면 종이 위에 그림이 완성되듯 소로는 일상 속을 여행한다. 가끔 찾아오는 이웃들은 예기치 못한 반가움이 된다. 자연은 고요 속에 시끄러움이 더해진 곳이라 사람 하나가 가진 존재감을 지우기에 충분하다. 그곳에서 타자는 관계를 이어온다. 늘 연결되어 있지 않은 이에게 소소한 즐거움이 된다. 가십이 넘쳐나는 마을은 방전된 배터리를 채우러 가는 충전소가 된다. 전기 코드로 연결되어 있지 않아 마음껏 돌아다니다 충전이 필요할 때만 찾는다. 

 

계몽주의자답게 책 앞부분에 주장하고 싶은 말을 실었다. 책 중간중간하고 싶은 말이 조금씩 등장한다.

동쪽에서부터 서쪽으로 세계 일주라는 모험을 떠났던 파이퍼 부인은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시베리아에 도착해서 당국 관리를 만나러 갈 때, 여행할 때 입던 옷 대신 평상복으로 갈아입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옷차림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문명국에 들어섰기 때문'이었다. 민주적인 뉴잉글랜드에서도 갑자기 떼돈을 번 사람이 옷과 장신구로 화려하게 치장을 하면 모든 이 의 존경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제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무지하기 짝이 없는 이방인이 대다수라 당장 선교사를 파견해야 할 정도이다. 33.

내 몸이 옷을 걸어두는 옷걸이라도 되는 양 내 어깨 폭만 재고 나의 성격은 고려치 않는다면 그렇게 만든 옷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우리가 숭배하는 것은 미의 여신이나 운명의 여신이 아닌 바로 유행의 여신인 것이다. 유행의 여신은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실을 잣고 천을 짜고 옷을 재단한다. 프랑스 파리에 사는 원숭이가 여행용 모자를 쓰면 미국의 원숭이들도 똑같은 모자를 쓰고 다닌다. 때때로 나는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세상에서 가장 단순하고 정직한 일을 해보겠다는 꿈을 단념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을 전부 강력한 압착기에 집어넣어 머릿속에 있는 케케묵은 관념을 짜내고, 다시는 그런 쓸데없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하고 싶은 심정이다. 36.

 

외형으로 보이는 모습보다 내부를 들여다 보라 한다. 옷과 사람들 간 비교에서 오는 유행이나 필요보다는 재산 가치를 위해 보관하는 여러 물건들에 대해 비판한다. 외딴곳 좁은 집에서 스스로 간소하게 산다. 간소하게 산다는 것은 과장된 포장인 것 같다. 거의 가진 것 없이 산다. 그럼에도 많은 것을 할 수 있으며 풍요롭게 살 수 있다 말한다.

 

소로가 월든으로 주거지를 옮기며 이 책은 에세이에 가까워진다. 자연 속에서, 홀로, 동물들과, 월든에서, 호수에 대해 이야기한다. 말할 상대가 적당하지 않아 책 속 글로 대신했나 싶다. 소로에 의하면 마을사람들이 월든 생활에 대해 자주 물어 와서 글로 대신했다고 한다. 

근처에 물이 있으면, 대지에 부력을 주어 땅을 띄워주기 때문에 좋다. 아무리 조그만 샘물이라고 해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땅이 대륙이 아니라 섬이라는 점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120.

얼음 안에 들어 있는 기포들은 볼록 렌즈처럼 작용하여 얼음 아래쪽을 녹게 만든다. 414.

월든 호숫가에서 살기로 결심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봄이 오는 모습을 지켜볼 여유와 기회를 얻기 위한 것이었다. 416.

 

오랜 시간 관찰을 했을 것이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을 것이다. 소로가 쓴 글을 통해 대신 바라본 월든은 고요하고 아름답다. 너무 외지지 않은 듯 하지만 고립될 땐 혼자다. 주변 사람들이 약속 없이 오가며 머무는 작은 오두막이 집이다. 겨울에 옥수수자루를 집 앞에 내놓고 동물을 지켜본다. 다람쥐 한 마리가 있을지 모를 위협에 대비해 계속 경계한다. 모른 척 옥수수자루를 지나간다. 자꾸 좌우를 두리번거린다. 개미가 싸우는 전투 장면은 액션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호수에서 되강오리와 하는 숨바꼭질은 추격 영화다. 결국 중간에 되강오리에 대해 구글에 검색한다. 어떤 녀석이길래 소로를 이렇게 골탕 먹일 수 있나. 호수 길이와 깊이를 잰다. 호숫가에 대해 깊게 생각하며 의미를 되새긴다. 우드척과 농사, 장작으로 사용할 나무, 사냥과 낚시, 소로는 늘 고독하진 않았을 거다. 그러기에 그는 너무 바쁘다. 그 와중에 책을 읽고 간간히 마을을 찾는다.

 

 
월든
《월든》은 분주하고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실상 접하기 힘든 자연주의적인 삶을 활자로 담아낸 명고전으로, 오랜 세월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왔다. 《월든》이 쓰인 19세기 당시의 미국 사회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오늘, 물질적 성공 추구에 맞물린 이기주의 만연으로 복잡하고 답답하도록 숨 막히는 지금, 이 책을 통해 월든 호숫가에서의 유유자적한 삶을 음미해보자. 소로의 문장을 원본 그대로 살린 이 완역본이 당신을 월든의 대자연으로 온전히 안내해줄 것이다.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
출판
다연
출판일
2020.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