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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권 고전을 통해 사상가들을 만난다. 조국 교수가 강의했었던 내용을 주로 담았고 추가하거나 삭제했다. 강의 내용을 책으로 펴내서 읽기가 말하는 것처럼 흘렀다. 어려운 내용을 쉬운 흐름으로 읽을 수 있다. 국가 형성에 대한 사회 계약에서부터 소수자, 자유, 평화로 이어지게 잘 쌓아 나간다. 몽테스키외는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가 분립되어 서로를 견제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장 장 자크 루소는 《사회계약론》에서 인민이 자기 계약을 통해 국가권력을 형성했다고 주장한다. 

모든 입법 체계의 목적이 되어야 하는 만인의 가장 큰 행복이 과연 무엇인지를 알아보면, 그것이 자유와 평등이라는 두 가지 주요한 대상으로 귀착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자유가 목적인 것은 모든 개인적 예속이 그만큼 국가라는 정치체의 힘을 약화시키기 때문이고, 평등이 목적인 것은 자유가 평등 없이는 존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36.

주권은 양도될 수 없으며, 같은 이유에서 또한 대표될 수도 없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전체 의사 속에 존재하며, 이 전체 의사는 대표될 수 없다. (...) 따라서 국민의 의원들은 국민의 대표자가 아니고, 국민의 대표자가 될 수도 없다. 그들은 국민의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는다."
대표자 개념은 근대적이다. 그것은 그 안에서 인류가 타락하고 인간(homme)의 이름이 더럽혀진 불공평하고 부조리한 봉건 정부에서 유래했다" 48.

 

자기 계약을 통해 대리인을 뽑지만 대표자가 될 수 없으며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주장은 사회를 뒤돌아보게 만든다. 선거 기간 동안 머리를 숙이고 손을 맞잡고 무슨 이야기든 들어줄 것만 같던 사람들이 당선되고 난 후 막말을 하고 참사 피해자들에게 위로 대신 상처를 주는 모습을 보면서도 현실상 권한을 회수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는 것을 보면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낀다. 주권은 인민에게 있으며 대리해서 행사할 뿐이며 언제든 박탈이 가능해야 주권자에게 항상 귀 기울이며 눈치를 보게 마련이다. 그렇지 않다 보니 선거 기간에만 주권자를 의식하고 그 외 시간에는 주권자들이 눈치를 보며 모셔야 한다. 모두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특권의식을 가진 자들이 많다.

 

루소가 제안한 추첨에 의한 선거는 생각해보지 못한 주제여서 새롭게 다가왔다.  

나아가 루소는 매우 놀라운 제안을 합니다. 몽테스키외가 《법의 정신》에서 한 말을 인용하면서 루소 자신도 이에 동의한다고 말합니다.
"추첨에 의한 선거는 민주주의의 본질에 속한다." [《법의 정 33 신》 2부 2장]"
추첨 방식이 민주주의의 본질에 더 잘 부합 (…) 그때 이 조건은 만인에게 동등하고 선출은 그 어떤 인간적 의사와도 관계없이 이루어지는 만큼, 법의 보편성을 해칠 만큼 편파적으로 적용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51.

시도해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견제와 국민 정서를 녹이는데 역할을 할 수 있다. 특권 의식은 옅어진다. 누구나 될 수 있다. 경험해볼 수 있으므로 과정에 대한 이해와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 의도가 드러나는 얄팍한 행위가 줄어들 수 있겠다. 국민이 느끼는 자존감과 높은 소속감이 사회를 연대하는 힘이 될 것이다. 일단, 재밌겠다.

 

부를 가진 격차가 크다. 관리비와 식대를 지불할 능력이 되지 않아 처참하게 죽어가는 이들이 이웃 속에 있다.

부로 말하자면, 어떤 시민도 다른 시민을 매수할 수 있을 만큼 부유해서는 안 되며 어느 누구도 자신을 팔아야 할 만큼 가난하지 않아야 한다. 41.

 

우리는 돈으로 계층을 나누고 있다. 돈 때문에, 돈을 위해서 많은 것을 버리고 판다. 평등과 자유도 돈 아래에서는 쉽지 않다. 상처받는 감정을 다독이면서 참아야 하고 타인이 불공정 앞에서 스러지고 있어도 못 본체 해야 한다. 돈 앞에 약자와 강자는 쉽게 구분된다. 약자와 강자를 같은 저울에서 비교할 수 없다. 각자가 받는 타격이 다르다. 시비에 걸린 돈 가치가 서로에게 차지하는 비중이 달라 사건이 가진 무게가 다르다. 강자는 돈으로 시간을 살 수 있지만 약자에게 시간은 목숨이 걸린 것이다.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에 공평하지 않다.

 

소개된 고전들은 영국 혁명, 프랑스혁명, 미국 독립 등 굵직한 역사에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법에 대한 이론과 기초를 세우는 한편 왕, 전제주의, 억압에 대해 저항, 혁명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주장이 많다. 3장에서 존 로크는 《통치론》을 통해 "인민은 폭정을 무력으로 제거할 권리가 있다"라고 주장한다. 7장에서 루돌프 폰 예링은 《권리를 위한 투쟁》를 통해 “권리 침해에 저항하는 것은 의무다”라고 주장한다. 9장에서는 시민 불복종에 대해 다룬다. 이런 흐름을 읽어나가면 지금 우리가 속해 있는 법이 완성이나 종착점이 아니라 변화해가는 시간 속에 잠시 머물러 있는 기분이다. 

 

8장에서 플라톤이 쓴 《소크라테스의 변명》와 《크리톤》을 다룬다. 소크라테스가 재판을 받는 상황과 유죄 판결을 받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쓴 글이다. 이 속에서 저자는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당연하게 소크라테스와 "악법도 법이다"라는 문장은 연결되어 있었다. 설명을 들어보면 그럴만하다. 일본 학자가 주장한 문장이 국내에까지 자연스레 흘러온 듯하다. 그렇게 해석할만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당시 상황과 문맥을 읽어나가면 저자가 말하는 "악법도 법"이라고 주장할만한 부분은 없다. 소크라테스가 그렇게 말했다면 자기부정이 되기 때문이다.  "악법도 법"이라는 의미 속에는 체념과 묵인이라는 느낌이 강한데 소크라테스는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싸우고 다퉜다. 

 

책을 다룬 책을 읽기 어려운 점은 읽어야 할 책이 늘어난다는 데 있다. 가볍게 인용을 한 책들이야 분리된 책으로 접근할 수 있다. 《조국의 법고전 산책》처럼 책 내용을 깊이 들어가 호기심을 자극하고 전체 글이 가진 맥락을 궁금하게 만들면 읽을 수밖에 없다. 책 제목과 저자를 몇 줄 메모한다.

 

 
조국의 법고전 산책
《조국의 법고전 산책》은 저자 조국이 고른 법과 관련된 고전 15권을 중심으로 핵심 내용을 소개하고, 그것이 지금의 한국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밝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법고전의 사상은 현대 민주주의 사회의 법과 제도 속에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있다. 저자는 법고전의 보석 같은 문장을 뽑아내고 숨은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면서 이를 한국 사회에 적용해보자고 말한다. 자유, 평등, 법치, 사회계약, 평화, 소수자 보호, 시민불복종, 저항권, 죄형법정주의, 사법심사 등 법학의 핵심 개념을 통해 한국 사회의 법과 정의가 무엇인지 다시 돌아본다. 어려운 고전을 다루고 있지만, 강의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청소년들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조국의 법고전 산책》을 통해 고전 읽기의 즐거움을 느끼고 더 나은 세상으로 걸어가는 사유와 성찰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조국
출판
오마이북
출판일
2022.11.09
 
조국
직업
대학교수, 장관
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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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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