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아버지가 죽었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평생을 정색하고 살아온 아버지가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진지 일색의 삶을 마감한 것이다. 첫 문장부터 읽는 사람을 휘어잡는다. 처음 봤을 때 양각 조각을 한 듯 '전봇대' 단어가 튀어나왔다. 작가의 말까지 읽으며 마지막 종이를 넘기고 나니 '아버지가 죽었다'라는 문장이 다가왔다. '아버지는 해방되었다'로 풀이한다. 작가는 첫머리에서 끝맺음으로 글을 시작했다. 아버지가 산 삶은 그 자체로 완성이었으나, 한반도를 남과 북으로 나눈 이념폭풍에 섰다는 이유로 죽음 전까지 짐을 짊어지고 산다. 우익과 좌익은 죽은 아버지를 배웅한다. 9살 이후 70여 년 동안 아버지를 가까이 하지 못 했던 작은 아버지는 재가 된 아버지를 받아 든다. 아리는 장례식장을 방문하는 여러 사람들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