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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7권 - 제3부 분단과 전쟁

category 글/책을읽다 2023. 1. 19. 10:03

pixabay

6.25 전쟁이 터졌다. 서울이 밀리고 부산은 피란 수도가 된다. 미군이 참전한다.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를 역전시킨다. 압록강까지 밀어 올린다. 빨치산 투쟁을 하던 이들은 마을로 돌아온다. 해방구에서 치안을 담당하고 정책을 실행한다. 전쟁 발발로 치안 공백이 생긴 며칠 동안 도피와 보복 행위가 속도를 달리해 이뤄졌다. 이념에 무관하던 사람들은 인민군과 국방군의 이름으로 전쟁에 나간다. 이념과 자기 의사와는 무관하다. 어느 쪽이 우세한가로 판가름한다.

 

"아이고메 징허고 징헌 놈에 시상 일정 때넌 일정 때라고 끌어가고, 인공 때넌 인공 때라고 끌어가고,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이라고 끌어가고, 나라라고 생긴 것은 해주는 것 암것도 없음시로 못 묵고 못 입고 보존해 온 생목심덜 끌어다가 쥑이는 일만 헌당께로 냄편이고 아덜이고 열썩이라도 못 당혀졌다. 요런 징글징글헌 놈에 시상!" 

 

태백산맥을 읽으며 느끼는 분위기다. 이념과 무관한 사람에게 총을 쥐어주고 앞 열에 세운다. 그 흔적은 꼬리표가 되어 따라다닌다. 그들에게는 죽고 죽이는 것보다 먹고사는 게 우선이다.

 

요즘 전쟁 긴장감이 높아진다. 한반도, 대한민국은 휴전 중이다. 전쟁을 중단 중이다. 언제든지 전쟁은 시작될 수 있다.

전쟁은 명분으로 시작되어 광적인 살인과 파괴를 거친 다음 잿더미로 끝난다. 이학송의 머리에 모아진 생각이었다.

 

어떤 정치인은 전쟁을 쉽게 입에 담는다. 정치적 언어, 국면 전환, 개인적 판단 등 여러 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좋은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동조할 수 없다. 역사를 통해 참혹한 참상을 알게 되면 명분은 사라지고 살육이 난무한다. 태백산맥에서 배경이 되었던 냉전은 이념을 둘러싸고 전쟁을 계속되게 했다. 냉전의 흔적이 남은 한반도를 제외하고 다른 나라를 둘러본다. 그곳에 공산당 이념을 당헌, 당규에 담은 정당이 활동하고 있다. 민주주의 기반 위에 토론과 시민 지지를 통해 정치에 녹이고 있다. 전쟁으로 인해 패배한 이념을 절멸했어야 하나,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모든 것을 경쟁에 맡기는 자유 자본주의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유 경쟁을 최대화하는 미국에서도 통제와 견제를 한다.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시장 경쟁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개입하는 것 또한 연장선상에서 해석할 수 있다.

 

나눌 수 있는 자가 욕심을 덜 갖고 나누려는 것이 해결방법이지.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에게 가지려고 하지 말라는 것은 해결방법이 아닙니다. 서로 나누는 것, 그것이 서로가 화평을 누리며 서로 미워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세상 아닙니까. 자연의 섭리가 바로 화평이고 균등입니다. 물이 낮은 곳과 빈 곳을 채워 언제나 수평을 이루는 이치가 그것입니다. 그 원리가 깨짐으로 해서 빼앗긴 사람들은 빼앗은 사람들에게 대들 수밖에 없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 나누려는 마음을 갖지 않으면 결국에는 모든 것을, 목숨까지도 잃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욕심은 끝이 없다. 발견할 수 있는 진리는 이것뿐이다. 나누는 가진 자는 예외다. 나누는 가진 자는 나누게 되면서 가진 자가 되지 못한다. 그러므로 나누는 가진 자는 없다. 정책을 통해서는 가능하다. 민주주의 정부는 다수결을 통해 선출된다. 다수가 가진 이해관계는 다양하다. 각자가 가진 욕심을 따른다. 

 

전편에 등장한 이근술은 미묘한 매력을 지닌 인물이다. 놓이는 상황이 특이하다. 결과도 예사롭지 않다. 이근술은 공산당에게 살아 남고, 경찰에게는 사직서를 강요당했다. 이근술에게는 공산당이 선이고, 경찰은 악인가. 많은 사람들이 쉽게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데 이근술 같은 인물은 살아남는다. 예외적인 결과다.

 

조삼모사. 여러 해석이 따른다. 그중에는 '이익을 보는 상황이지만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화를 낸다'라고 보는 경우도 있다. 공산당이 세금 정책을 운영하면서 비슷한 상황이 일어난다. 이전보다 나아진 정책이지만 논두렁과 같이 예외적으로 허용되던 작물에 대한 제한이 뒤따르며 농민은 반발한다. 이 같은 상황에 미리 이해득실과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시키기 못한 잘못을 지적한다. 이런 지적도 농민이 조삼모사 같은 상황에서 큰 이익보다 상실한 작은 이익에 몰두하는 것에 대한 인식이 우선되었기 때문이다.

 

 
태백산맥 7: 제3부 분단과 전쟁(개정판)
1948년 10월, 전남 여수에 주둔하고 있던 국군 14연대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킨다. 주동은 좌익사상을 지닌 하급 지휘관들이었다. 여수와 순천이 그들 손에 넘어가고, 염상진을 중심으로 한 민간 좌익세력이 벌교를 장악한다. 그들은 인민재판을 열어 악질 지주들을 비롯한 이른바 반동세력을 공개처형한다. 하지만 토벌군의 대대적인 진압작전에 밀린 반란군은 산악지역으로 퇴각하고, 벌교를 장악했던 염상진도 안창민, 하대치 등과 함께 입산, 빨치산 투쟁에 돌입한다. 그 즈음 대학생 정하섭은 남로당 상부의 명령에 따라 순천 지역에 파견되었으나, 상황이 불리해져 퇴각하면서 고향 벌교로 숨어든다. 그는 마을에서 외따로 떨어진 제각에 살고 있는 무당의 딸 소화를 몰래 찾아든다. 소화는 정하섭이 요구하는 비밀스런 심부름을 하게 되고, 둘 사이엔 애틋한 사랑이 싹트는데……. 친일 지주세력을 기반으로 한 이승만 정권은 지주들이 반대하는 농지개혁을 쉽사리 단행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많은 지주들은 친척 앞으로 명의변경을 하거나 남에게 팔아넘기는 수법으로 농지를 빼돌린다. 반면 양심적인 지주이면서 무교화주의자인 서민영은 자기 땅을 소작농민들과 공유하여 협동농장을 세우고, 야학을 운영한다. 벌교의 계엄사령관이었던 심재모는 서민영, 김범우 등의 도움으로 겨우 용공 혐의를 벗고 풀려나 태백산 지구 공비토벌에 투입된다. 심재모의 후임 백남식도 보성과 벌교 산골짜기마다 병력을 투입해 빨치산 토벌에 나선다. 위기에 빠진 빨치산부대는 적극적인 투쟁에서 조직을 보존하고 살아남는 투쟁으로 돌아선다. 농지개혁이 실시되었으나 농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이승만 세력은 그 무렵 치러진 총선에서 크게 패배한다. 곧이어 6.25 전쟁이 발발한다. 인민군에 밀린 국군은 남쪽으로 후퇴를 거듭한다. 인민군이 남부지방까지 내려오자 벌교 경찰은 좌익에서 전향한 사람들로 구성된 보도연맹 원들을 모두 소집하여 벌교에서 철수하기 직전에 그들을 무차별 학살한다. 경찰이 떠난 뒤에 벌교는 다시 염상진, 안창민, 하대치 등의 좌익세력에게 장악되고, 그들은 읍면마다 인민위원회와 여성동맹위원회, 청년동맹위원회를 결성하고, 이북식 농지개혁을 단행한다. 미군 부대를 탈출한 김범우는 눈 속을 헤매다가 인민군에게 체포되고, 인민군의 통역관을 맡게 된다. 중국의 개입으로 전쟁은 교착상태에 빠지고, 삼팔선 부근에서 대치 상태가 지속된다. 그런 상황에서 퇴로가 막힌 인민군과 빨치산 부대는 전남북과 경남, 지리산 일대에서 유격투쟁을 계속한다. 후방에서 빨치산 대원들이 입을 옷을 짓는 일을 하던 소화는 발각되어 감옥에 갇히고 그곳에서 아기를 낳는다. 휴전회담이 시작되면서 토벌대의 공격은 더욱 거세지고, 빨치산들은 근거지인 해방구를 자꾸 잃어간다. 겨울을 맞아 토벌대는 엄청난 화력과 병력을 동원해 전남북과 경남, 지리산에 동계대공세를 편다. 가혹한 추위 속에서 수많은 빨치산들은 얼어 죽고 굶어 죽고 총에 맞아 죽어가며 시나브로 소멸되어간다. 하지만 그들은 항전을 멈추지 않는데…….
저자
조정래
출판
해냄출판사
출판일
2020.10.15
 
조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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